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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3-12-08 일요일 : 응답하라 1994_나를 변화시킨 사람들Ⅱ아카이브 2013. 12. 8. 23:00
재방으로 시청한 응답하라 1994 15회.
서태지와 아이들의 은퇴 이야기가 이번 회차의 소재로 등장했다.
오열하는 윤진이의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.
어떤 이들은 왜 저리 난리냐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겠지만
나정이의 말처럼 윤진이에게 서태지는 모든것이었고,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일꺼라는 말,
그 때의 나를 되돌아 보는 것처럼 마음깊이 공감한다.
그것은 맹목적인 연예인 빠순이의 철없는 좌절이 아니다.
적어도 청소년기 동안 나의 우상의 존재는 가치관과 인생관을 좌지우지 할만큼 커다란 존재였고,
그랬기에 더 열심히 좋은 어른으로 커가기 위해서 노력했다. 적어도 나는 그랬다고 자신할 수 있다.
지금에서야 은퇴며,해체가 심정적으로 그렇게 엄청 난 일이 아닐 수 있지만
그 우상의 부재는 엄청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. 그러기에 그때만큼은 정말 세상이 끝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는걸..
내 나이 17살.
고등학교 연합고사를 치루고 중학생로써의 마지막 겨울방학을 신나게 보내고 있었던 그때
청천벽력 같은 잠적 소식을 (공교롭게도 그날은 we 프로덕션으로 오빠들 엽서와 사진을 사러 갔던 날.)
사서함에서 전해듣고는 눈물만 뚝뚝 흘렸던 그 날, 엄마는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봐 주셨다.
은퇴회견을 보고 몇날 며칠 시름시름 누워만 있는 나에게 은퇴회견테이프가 부록으로 나온 잡지를 사와
살며시 내 방에 놓고 나가신 아빠.
아빠,엄마는 어쩌면 이러는 딸래미의 모습이 속도 상하고,마음에도 안들고 이해도 안갔을지 모른다.
하지만 윤진이를 위해 서태지의 집 변기를 뜯어온 삼천포의 마음처럼,
내 마음을 인정해주고 기다려준 부모님의 마음때문에 나는 조금 더 빨리 담담함을 찾았는지도 모르겠다.
이제는 추억이 된 1996년 겨울날의 이야기...